| 저자 및 역자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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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5세기 그리스의 극작가 에피카르모스가 쓴 희극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한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빚을 갚으라고 독촉한다. 그러자 채무자가 이렇게 되묻는다. "사물에 변화가 일어날 때, 예를 들어 돌무더기에서 하나가 더해지거나 제거되면서 그 형태가 달라질 경우, 그 사물은 이전 것과 같은 것입니까, 아니면 다른 것입니까?" 채권자는 다른 것이라고 대답한다. 채권자는 계속 묻는다. "그렇다면 사람들도 끊임없이 변하지 않습니까?" 채권자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채무자는 "그렇다면 저는 더 이상 당신에게 빚진 사람이 아닙니다. 따라서 그 빚을 갚을 필요가 없어요." 라고 말한다. 화가 난 채권자는 채무자를 마구 때린다. 채무자가 항의하자 채권자는 그런 항의는 하지 말라고 대꾸한다. 자신은 더 이상 때린 사람이 아니니까. 이처럼 인간이나 자아(영혼)가 동일한 존재로 지속되는지 여부를 따지는 인격동일성 문제는 기원전 5세기 그리스의 극장 관객들조차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였다. 또한 흥미로운 것은 이 일화에서 채권자와 채무자가 나눈 대화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는 사실이다. 인간은 늘 변한다. 엄밀히 따져 본다면 우리는 변할 때마다 다른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채무자가 돈을 빌린 사람이 아니며, 채권자는 때린 사람이 아닌 것이다. "내가 어제 너를 보았어"라고 말할 때 이것이 사실이 되려면 우리가 변화 속에서도 동일한 인물로 지속됨을 주장할 수 있는 어떤 근거가 있어야 한다. 바로 그 근거를 밝히는 것이 인격동일성 사상의 과제이다. 과연 우리는 어떤 근거로 육체나 사람이 세월과 변화 속에서도 동일한 존재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