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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0.2010

영혼과 자아



『영혼과 자아의 성장과 몰락』은 서양지성사에 나타난 자아와 인격동일성 사상에 대해 살펴보고 있는 책이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유물론 철학자들의 사상을 발판으로 한 고대 그리스철학을 시작으로 사도 바울, 필로, 아우구스티누스, 아퀴나스, 몽테뉴 등 교부시대와 중세 르네상스 철학자들의 사상을 거쳐, 17세기 자연철학을 통해 자아와 인격동일성 사상이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개념에서 더 과학적이며 사회적 개념으로 바뀐 과정을, 또 근대 철학과 심리학 사상을 중심으로 페미니즘과 성차별, 윤리학 연구가 자아와 인격동일성 사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자크 라캉, 미셸 푸코, 자크 데리다와 같은 현대 철학자들은 어떤 식으로 자아와 인격동일성을 부인했는지 소개하고 있다.

이처럼 고대 그리스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자아와 인격동일성 사상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그 흐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모든 사상'을 통해 살피고 있는 이 책은 서양지성사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중요한 철학자와 사상들을 다루고 있어 책의 주제인 자아와 인격동일성 사상뿐만 아니라 서양지성사의 흐름을 익힐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저자 및 역자 소개


저자 : 레이먼드 마틴(Raymond Martin)

유 니언 대학(Union College) 철학교수이자 학과장으로, 《자기관심: 인간의 존속에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경험적 접근법(Self-Concern: An Experiential Approach to What Matters in Survival)》을 비롯한 여러 저서를 집필했다.


저자 : 존 배러시(John Barresi)

댈하우지 대학(Dalhousie University) 심리학교수로, 《영혼의 자연화: 18세기 자아와 인격동일성 사상(Naturalization of the Soul: Self and Personal Identity in the Eighteenth Century)》을 레이먼드 마틴과 공동 저술했다.


역자 : 마리오

서울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대학원 교육학과를 졸업했으며 캐나다 테일러 신학교(Taylor Seminary)에서 신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는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옮긴 책으로는 《스승으로 산다는 것》《의롭다 하시는 하나님》 《람세스 최후의 비밀》 등이 있다.

 목차
1장 신화에서 과학으로
2장 인간과 개인
3장 서양 종교사상
4장 부활한 자아
5장 두 갈래 사상
6장 아리스토텔레스주의 합성
7장 영혼을 염려하다
8장 자연의 기계화
9장 영혼의 자연화
10장 정신 철학
11장 인간본성학
12장 추락하는 자아
13장 잃어버린 낙원
14장 자초지종과 그 의미
관련 자료
1 장 신화에서 과학으로에서는 철학사상이 등장하기 이전과 이후에 고대 그리스인들이 영혼과 내세를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았는지 살펴보고 있다. 호메로스의 작품이나 디오니소스와 오르페우스를 숭배하던 신비종교 사상, 핀다로스의 시(詩)나 소포클레스의 희곡 등에 나타난 단순한 영혼과 내세관이 기원전 5세기에 접어들어 자아에 관심을 보인 최초의 철학자들이 등장하게 되면서 어떻게 철학적으로 풀이되는지 각각의 철학자들의 저술을 통해 밝히고 있다.

2장 인간과 개인에서는 알렉산더 제국이 해체된 후 새로운 제국으로 떠오른 로마의 철학자들이 그리스 철학을 바탕으로 자아와 인격동일성 사상을 어떻게 발달시켰는지 설명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간 중심의 전통 그리스 사상과 개인 중심의 로마 사상을 접목하여 인간은 진정한 자아를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한 키케로, 키케로 사상의 영향을 받아 인간은 타고난 성격이나 외부환경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그것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는 통제할 수 있다고 주장한 에픽테토스, 에픽테토스의 제자로 영혼의 문제에 깊이 몰두하여 종교적이고 내면적인 사상을 표출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 실체가 없는 영혼과 내세의 존재를 부정하고 에피쿠로스 사상을 반영하는 장편시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를 통해 중세와 근대 사상가에게 영향을 준 루크레티우스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다.

3장 서양 종교사상에서는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 서양의 종교사상에 나타난 영혼과 자아 개념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이들 세 종교는 발상지가 비슷한 유일신교로 우주를 창조한 전지전능한 신이 있다고 믿었을 뿐 아니라 신앙과 그리스 철학의 통합을 시도한 사상가들을 통해 발전했다. 인간이 육체가 죽은 후에 부활하여 지상의 행적에 따라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믿는 세 종교의 관점은 인격동일성과 육체의 동일성에 철학적 관심이 쏠리게 된 계기가 되어 철학사에 인성, 개체성, 동일성이라는 최장수 논제를 남기게 된다.

4장 부활한 자아에서는 썩은 육체가 부활한다는 것을 철학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신학적 입장을 최초로 제시한 유스티누스, 아테나고라스와 같은 초기 기독교 변증가들부터 최후의 변증가로 불리며 3대 부활사상을 제기한 이레나이우스, 미누키우스 펠릭스, 테르툴리아누스의 사상을 통해 육체의 부활이 어떻게 철학적으로 증명되었는지 살피고 있다. 결국 아우구스티누스 이전 가장 위대한 신학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리아의 오리게네스는 플라톤철학을 받아들여 비물질적인 영혼과 물질적인 육체라는 이원론을 정립했고, 그의 사상은 메토디오스, 니사의 그레고리가 더 체계적으로 발전시켰다. 그리고 기독교 사상 최고의 신학자인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등장하면서 중세부터 종교개혁까지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었던 삼위일체, 악의 존재, 자유의지, 시간의 본질, 인간의 심리와 부활 등의 문제를 정립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5장 두 갈래 사상에서는 플라톤주의와 기독교 사상을 조화시키려고 노력하면서 보편자와 개별자, 이데아의 실재성 등을 설명하는 데 관심을 기울였던 교부시대 말기부터 르네상스 초기에 이르는 중세초기 철학과 아랍철학, 유대철학, 13~14세기 중세후기 철학 시대의 사상가들을 살피고 있다. 삼위일체론과 그리스도론의 이단을 축출하는 데 관심을 쏟았던 보에티우스, 아리스토델레스 저작에 대한 최고의 주석가인 아프로디시아스의 알렉산더, 그의 사상에 의존하다가 개인의 불멸성 쪽으로 선회한 테미스티우스, 동방의 신플라톤주의를 도입한 사상을 펼치다 이단으로 몰린 에리우게나, 인간의 부활이 영적인 육체의 부활이라고 주장한 캔터베리의 안셀무스 등이 이 시대에 활동하던 철학자들이다.

6장 아리스토텔레스주의 합성에서는 그동안 플라톤학파의 탈현실적인 논쟁에만 익숙해 있던 라틴 철학자들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들과 그에 대한 아비켄나와 아베로에스의 주석서들을 접하면서 당시 막 발달하기 시작한 자연주의 사상과 맞물려 신플로톤주의와 아리스토텔레스주의를 합성하는 과정에서 자아와 영혼에 대한 사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 사상이 점점 우세해 지면서 영혼을 자연주의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과정과 이들에 의한 이중진리론이 스콜라학파와 르네상스 사상에 깊이 뿌리를 내리게 된 과정을 자세히 살피고 있다.

7장 영혼을 염려하다에서는 르네상스 초기의 인본주의와 페트라르카, 미란돌라, 피치노의 플라톤주의, 그리고 폼포나치, 피콜로미니, 자바렐라의 아리스토텔레스주의에 나타난 자아 사상이 16세기에 들어서 종교개혁에 따른 신학적 논쟁과 파라셀수스, 텔레시오, 브루노 등의 자연철학자들의 사상에 의해 도전을 받는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몽테뉴로 대표되는 주관주의가 자기성찰의 관점에서 자아를 어떻게 바라보았는지도 정리하고 있다.

8장 자연의 기계화에서는 17세기에 접어들면서 등장한 과학사상이 서양의 자아와 인격동일성 사상에 어떤 큰 변화를 일으켰는지 살피고 있다. 플라톤의 영혼 사상에서 아리스토텔레스적인 요소를 제거하면서 당시 다른 사상가들처럼 영혼을 물질적 세계와 조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했던 데카르트의 사상 중에서 개인의 통합성, 실체, 이원적 상호작용론, 개인의 동일성과 불멸성 등을 중심으로 이에 반대하거나 불완전한 부분을 보완하려 했던 스피노자, 라이프니츠, 가상디, 홉스 등의 사상을 설명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르네상스 과학이 종말을 고함과 동시에 자연의 완전 기계화를 목표로 하는 시대가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설명한다.

9장 영혼의 자연화에서는 로크의 사상과 그의 사상에 대한 비평을 중심으로 근대 인격동일성 사상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살피고 있다. 이 시기에는 영혼이 본질적으로 불멸하는가 라는 문제로 벌어진 새무얼 클라크와 앤서니 콜린스의 서면 논쟁, <마르티누스 스크리블러러스의 회상록>에 나타난 영혼과 의식에 대한 개념, 인격동일성에 대한 형이상학적 논쟁 등을 통해 근대 인격동일성 사상의 기틀이 마련된다.

10장 정신 철학에서는 칸트의 자아 사상과 비교하여 프랑스 · 독일 · 영국의 낭만주의와 독일 관념철학에 나타난 자아와 인격동일성 사상을 설명하고, 독일 관념철학에 대한 비판으로 등장한 쇼펜하우어, 키르케고르, 니체의 사상과 딜타이의 해석학 등을 통해 19세기 정신철학에 나타난 자아 사상을 살피고 있다.

11장 인간본성학에서는 19세기 초까지만 해도 진보주의자들조차 인간은 '신의 형상'으로 만들어졌다고 믿던 관념이 찰스 다윈과 카를 마르크스의 영향으로 인간은 '생물과 사회'의 형상으로 만들어졌다고 믿게 되는 영혼의 자연화 또는 인간의 자연화가 완결상태에 이르는 과정을 추적하고 있다.

12장 추락하는 자아에서는 현상학, 분석철학, 심리학, 비판이론 등 20세기 초반의 다양한 사상에서 언급된 자아와 인격동일성 개념과 이를 통해 이전까지 하나의 통합된 존재로 인식되던 자아가 사회적 · 심리적 상황의 부산물이라는 이름으로 추락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13장 잃어버린 낙원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하여 현상학, 분석철학, 심층심리학, 실존주의 · 인본주의 심리학, 사회 · 발달 심리학, 비판이론 등의 집중포화에도 불구하고 굳건히 살아남았던 자아와 인격동일성 사상이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여러 다양한 이론을 통해 본격적으로 해체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14장 자초지종과 그 의미에서는 자아와 인격동일성 사상을 통해 우리가 자기행동이나 자기현상에 대해 계속 지식을 쌓아갈 수는 있지만 단일자아에 대한 하나의 통합된 이론에는 도달하지 못한다고 저자들은 결론을 내리며 '나는 누구인가?'와 같은 인간의 실존적 질문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어떤 통합적인 관점이나 단일자아 없이도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가? 아니면 그런 질문에 대해 그냥 무시해 버릴 것인가? 라는 의문을 던지고 있다.
출판사 리뷰
기원전 5세기 그리스의 극작가 에피카르모스가 쓴 희극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한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빚을 갚으라고 독촉한다. 그러자 채무자가 이렇게 되묻는다.
"사물에 변화가 일어날 때, 예를 들어 돌무더기에서 하나가 더해지거나 제거되면서 그 형태가 달라질 경우, 그 사물은 이전 것과 같은 것입니까, 아니면 다른 것입니까?"
채권자는 다른 것이라고 대답한다. 채권자는 계속 묻는다.
"그렇다면 사람들도 끊임없이 변하지 않습니까?"

채권자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채무자는 "그렇다면 저는 더 이상 당신에게 빚진 사람이 아닙니다. 따라서 그 빚을 갚을 필요가 없어요." 라고 말한다.

화가 난 채권자는 채무자를 마구 때린다. 채무자가 항의하자 채권자는 그런 항의는 하지 말라고 대꾸한다. 자신은 더 이상 때린 사람이 아니니까.

이처럼 인간이나 자아(영혼)가 동일한 존재로 지속되는지 여부를 따지는 인격동일성 문제는 기원전 5세기 그리스의 극장 관객들조차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였다. 또한 흥미로운 것은 이 일화에서 채권자와 채무자가 나눈 대화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는 사실이다. 인간은 늘 변한다. 엄밀히 따져 본다면 우리는 변할 때마다 다른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채무자가 돈을 빌린 사람이 아니며, 채권자는 때린 사람이 아닌 것이다.

"내가 어제 너를 보았어"라고 말할 때 이것이 사실이 되려면 우리가 변화 속에서도 동일한 인물로 지속됨을 주장할 수 있는 어떤 근거가 있어야 한다. 바로 그 근거를 밝히는 것이 인격동일성 사상의 과제이다. 과연 우리는 어떤 근거로 육체나 사람이 세월과 변화 속에서도 동일한 존재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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