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s

11.28.2010

이 시대에 목회자로 산다는 것은


오랜 기간 쉽지 않은 신학수업과 삶속에서의 고단한 훈련과 고통스러운 연단을 통과하시고 목회자로서의 삶을 시작하시는 두 분의 목사님들과 가족을 축하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별로 축하할 내용이 떠오르지를 않습니다. 이 시대에 목회자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생각해보니 벌써부터 마음이 무거워 지는데, 축하를 해야 하는 입장이 되었네요. 아이러니지만 이런 것이 목회자가 된다는 것일까요?

너무나 감각적이고 지독하게 이기적이며 참을 수 없이 찰라적인 이 세상의 물줄기가 폭포수와 같이 쏟아져 내려, 그 거센 물살을 거치며 예수를 닮아 살아 가려는 그리스도인의 노력이 초라하게까지 여겨지는 때입니다. 예수님의 그 존귀한 이름이 땅에 떨어져 그리스도교가 욕이 되어 버린 이 시대에, 세상을 향해 예수만이 살길이라고,” “예수가 당신의 삶에 모든 것이 아니라면 예수는 당신의 삶에서 아무것도 아니라고,” “멸망에 이르는 편안하고 안락한 길에서 벗어나 좁은 문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그리고 계속해서 그 좁은 길을 걸어가야 한다고 외치고 또 외쳐야 하는 이 고독한 길에 첫 발걸음을 떼신 분들에게 어떤 축하를 해야 할까요?

형식과 전통, 종교적 습관에 젖어있는 동료 형제들, 예수를 믿는다 사랑한다 말하고 노래하지만, 정작 마음속에는 자기를 내세우려는 자기 의와 세속적 욕망들이 가득 차 있는 동료 형제들과 자매들을 향해 하나님은 사랑의 하나님 뿐 아니라 진노하시는 하나님이시라고, 회개하지 않으면, 그래서 차던지 더웁던지 하지 않으면 한 때 하나님의 아들이라 자랑했던 당신을 그 입에서 내 치실 것이라고 하나님의 불타는 진노와 두려운 회개의 메세지를 전해야 하는 이 길을 걸어가려 하는 분들에게 어떤 축하를 해야 할까요?

겸손과 희생과 사랑의 예수님을 쫓아 스스로 낮아지고 자기를 비우고 부정함으로서 섬김과 희생의 본을 보여야 하는 동료 목회자들이 힘과 명예와 부와 욕망에 대한 추한 집착을 대놓고 과시하고 자랑하는 이 세대에, 고작 별 볼일 없는 열 댓명의 제자들과 함께 다니시며 제자들의 냄새나는 발을 닦아 주시고는 십자가에 달려 처참하게 돌아가신 나사렛의 젊은 목수의 모습을 흠모하고 그 분 처럼 살아가기 위해 날마나 처절하게 자기를 성찰하고 육체의 본성을 죽이기 위해 피와 살이 튀기는 내적 전투를 벌여야 하는 이 길을 걸어가려 하는 분들에게 도대체 어떤 축하를 해야 할 까요?

오직 한가지 밖에는 축하드릴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바로 그 길을 걸어가라고 삼위 하나님께서 두분의 목사님들을 특별히 부르셨다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고 외로운 길이라도 내가 네게 기름을 부었으니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라고, 포로된 사람들에게 해방을 선포하고, 눈먼 사람들에게 눈 뜸을 선포하고 억눌린 사람들을 풀어주고, 주님의 은혜의 해를 선포하여 나의 영광을 드러내라고 하나님께서 두분 목사님을 부르셨다는 이 위대한 소명 받으십을 축하드립니다. 전능하신 하나님, 없는 것을 있는 것 같이 부르시는 하나님, 마른 뼈에 생기를 주시며 생명을 창조하시는 하나님, 인생이 아니셔서 식언치 않으시고 인자가 아니셔서 후회하지 않으시는 하나님, 그 말씀하신 바를 결단코 이루시는 하나님, 너는 내게 부르짖어라 내가 응답하겠고 내가 알지 못하는 크고 비밀한 것을 알려 주겠다고 약속하신 하나님, 그 권능의 편 팔로 능력을 행하시며 교만한 자를 흩으시고, 부요한 자를 가난하게 하시며, 권세있는 자를 내리 치시고 비천한 자를 높이시는 하나님, 세상에서 미련한 자를 택하셔서 지혜로운 자를 부끄럽게 하시는 하나님, 연약한 자를 들어 강한 자들을 수치스럽게 하시는 하나님, 외모로 사람을 보지 않으시고 중심을 보시며 간절히 부르짖는 자의 기도를 들어 응답하시는 하나님, 내가 세상 끝날까지 항상 너와 함께 하겠다고 약속하신 임마누엘의 하나님, 이제 장차 다시 오셔서 모든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 대해 심판하실 하나님, 그 하나님께서 당신의 영광을 위해 두 분 목사님을 사용하시고자 부르셨다는 그 한가지를 축하드리고 싶습니다.

“내가 내 뜻을 행하려고 하늘에서 내려온 것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행하려고 왔다”(6)고 말씀하신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처럼 주어진 십자가를 행복하게 지시고 가는 두 분 되시기를 기도하고 축복합니다.

목사 안수 감사예배에 축사를 대신하여 드린 편지
bk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