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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8.2010

이머징 교회 vs 개혁교회

이머징 교회의 정신ethos은 저항protest이다. 근대주의에 함몰된 기독교신앙을 구출하고자 저항하는 이머징 교회의 실천들은 역설적으로 탈근대주의에 과도히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자신의 존재기반인 '저항정신'을 스스로 위협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탈근대화가 그토록 해체하고 싶어하던 근대성의 뿌리는 바로 자기 이성과 합리성을 숭앙하는 자기중심성이다. 그러나 포스트모던으로 대변되는 이시대의 정신은 상대주의, 다원주의, 개인주의로 자신이 그토록 증오하던 근대성의 전체주의, 획일주의, 집단주의의 숭배대상인 자기중심성에는 조금도 상처를 주지 않으려 하면서 오히려 인간에게 부여된 보편자와 도덕률에 대한 인식능력은 부정함으로써 인간이성을 파도에 밀려 표류하는 부유물정도로 전락시켜버렸다. 이러한 탈근대주의에 의존하는 이머징 교회들이 갖는 위험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 즉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이 전통과 경험과 이성과 문화를 재해석하고 교정하는 절대 기준이 아니라, 상징과 경험을 형성하고 촉진시키려는 문화적 도구로 전락할 수 있는 가능성에 과도히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한편, 끊임없이 개혁하는 교회(Ecclesia semper reformanda)의 개혁대상은 바로 교회 자신이며 개혁의 근거는 다른 어떤 사상이 아닌 진리의 말씀(sola scriptura) 이어야 한다는 개혁자들의 오래된 기치는 개인과 공동체가 진지하고 겸손한 자기성찰을 추구하는데 초월적 힘을 의존하게 함으로 자기 한계를 뛰어 넘어 계속되는 변혁과 진보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탁월한 사고의 틀(frame of reference)을 제공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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