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공 김재준(金在俊, 1901~1987)
"크리스챤이 역사에 대하는 태도란 언제든지 구속사적 입장과 성격 안에서 이 현실의 역사를 비판해야 하며, 동시에 그 역사로 하여금 구원의 목표를 지향하게 하여야 할 것이다. 이 비판과 지향에서 크리스찬은 십자가를 각오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기독교 사상 제2권 3호-
장공의 사상은 변혁적이며 문화적이고 창조적이다. 무엇보다 역사참여의식이 강한 선지자적 '얼'을 담고 있다. 바르트와 니버의 신정통주의를 수용하는데 있어 민족적 주체성이라는 자기의식을 잃지 않는다. 장공은 주체적 한국 신학을 정립하고 그 정신을 역사속에 구현하려 몸부림쳤던 선지자였다. 그에게 있어 복음의 핵심은 "성육신하신 예수 그리스도"였기 때문이다. 초월적 하나님이 강조된 신정통주의를 수용하며 한국의 근대상황에서 "인간이 되신 하나님"을 강조함으로 주체적 신학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그의 인간이 되신 하나님의 강조는 그리스도의 신성과 초월성보다 내재적 그리스도를 더욱 강조하는 진보신학의 토대가 되면서 토착화 신학, 민중신학등의 원류를 제공한다.
장공은 시대의 사상적 조류를 꿰뚤어 보는 넓은 안목을 지닌 학자였다. 자신을 공격하는 수구 보수세력의 신학적 정체성과 그 뚜렸한 한계를 직시하고 있었다. 그는 한국의 장로교가 19세기 말부터 사멸의 길을 걷는 구프린스턴 중심의 근본주의에 과도히 영향을 받고 있다고 보았다. 그는 성경 연구에 과학적 방법을 수용하면서도 사도적 신앙을 타협하지 않는 자율적 신학과 역사참여적 신앙을 추구하였다. 그리고 주체적으로 신학하며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세상을 변혁하는 창조적인 소수를 양성하고자 애썼다. 강원용, 문익환, 문동환, 안병무, 서남동 등은 그가 배출한 인물들이었다.
그의 선교의식 역시 선지자적이다. 교회의 선교란 단순히 복음을 전하는 전도로 축소될 수 없다. 역사속에 찾아오신 예수 그리스도처럼, "세상의 역사를 변혁하여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져 하나님의 뜻인 자유와 사랑과 정의의 평화가 구체적으로 실현되도록 하는"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하는 것이다.
장공의 신학과 사상은 주체적이면서도 동시에 우주적이었다. 그에게 우주는 "하느님의 집," "아버지의 집"이었고 삶의 목표는 "범세계적, 더 넓게는 전우주적 사랑의 공동체"를 실현하는 데 있다고 보았다. 카인의 문명과 아벨의 구속사가 하나로 통합이 되는 전 우주적 사랑의 공동체. 그것을 실현하는 주체가 교회이며,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 선교였다.
함석헌, 김교신, 이용도와 함께 1901년 생인 그는 구한말 "역사의 어둠이 짙었을 때에" 태어나 질곡의 한국 근대사를 걸었다. 그러나 암울하고 폭압적인 역사앞에 좌절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계명성 동쪽에 밝아 이 나라의 여명"이 왔음을 선포했고, 은둔과 자적의 "고요한 아침의 나라"가 "인류의 횃불이 될 것"을 노래했다 (새찬582). 20세기를 살며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역사를 변혁하려 했던 그의 정신과 자취는 강렬한 빛이 되어 21세기를 살아가는 나에게도 여전히 밝고 따습게 비췬다.
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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