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내 뜻을 행하려고 하늘에서 내려온 것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행하려고 왔기 때문이다.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은 내게 주신 사람을 내가 한 사람도 잊어버리지 않고, 마지막 날에 모두 살리는 일이다. 요한복음 6: 37-38
소명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소명의 내용에 집중한 나머지 소명을 주신 분을 잊어 버리는 것이다. 소명의 중요성은 소명의 내용에 있지 않고 소명의 원인자인 “부르시는 분”에게 있다. 소명의 원인자이며 조력자이시고 완성자이신 부르신 분의, 부르신 분을 위한, 부르신 분에 의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우리는 사명자라고 부른다. 사명자의 문자적 의미는 반드시 완수해야 할 명령을 부여 받은 사람이다. 따라서 사명자는 어디로 부르시든, 무엇으로 부르시든, 언제 부르시든 간에 부르신 분에게 집중하고 그 분을 위해, 그 분을 향해, 그리고 그 분에 의해 살아간다. 아버지의 일을 이루기 위해 오셨다고 선포하고 십자가를 지신 행복했던 예수를 쫓아 자신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지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려 보냈던" 초대교회의 사명자들을 향해 이교도들은 “그리스도인들” 이라는 별칭을 붙여 주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과 일방적인 방식을 통해 자신이 속한 공동체와의 진실되고 진지한 논의와 공동체적 기도 없이 더 크고 부유한 교회를 "섬기기"위한다는 명목으로, 이미 부르심을 받은 교회 공동체를 일방적으로 헌신짝처럼 내던지는 영적 리더들의 "소명"운운은 아전인수의 극치이다. 예수의 소명은 자신에게 맏겨진 양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지 자신의 행복을 위해 양들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허망한 자기의 야망을 비전이라는 허울로 포장하여 그리스도의 몸에 속한 한 지체이기를 스스로 거부하면서 맡겨준신 공동체를 자신의 꿈을 이루는 도구로 사용하려는 야심가들을 하나님은 증오하신다고 지적한 본 회퍼의 통찰이 가슴에 칼을 대는 듯 하며, "나는 성공이 아니라 성실을 위해 부르심을 받았다"는 테레사 수녀의 말씀이 머리를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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